

VAIV · 생활변화관측소 김세화 연구원
VAIV · 생활변화관측소 김세화 연구원
사전적으로 같은 뜻이지만 쓰임은 서로 다른 복고와 레트로. 기존의 쓰임새를 유지하고 있는 복고와 달리 레트로는 ‘감성’과 결합하여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 그런 유행을 ‘복고풍’이라고 하며, 복고풍을 영어 단어로 하면 레트로(retro)이다.
동일한 뜻을 가진 두 단어는 지난 10년간 꽤 다른 길을 걸었다. 2012년 이후 유사한 언급량을 보이던 두 단어는 2016년 초를 기점으로 ‘복고’는 점점 하락하고, 2018년을 기점으로 ‘레트로’는 2022년까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의 ‘레트로’ 언급량은 10년 전인 2012년에 비해 7.6배 증가했다.
레트로와 복고의 쓰임은 어떻게 다르게 변화했기에 우리의 언어 습관에 이렇게 차이가 벌어진 것일까?
복고 또는 레트로와 결합되어 많이 이야기되는 조합을 살펴보면, 복고00 연관어는 과거나 지금이나 ‘복고 스타일’, ‘복고패션’, ‘복고댄스’ 등 특정 장르에 한한 표현의 비중이 높다.
이와 달리,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레트로00 연관어 가운데 부동의 1위였던 ‘레트로 스타일’은 2018년에 ‘레트로 감성’과 ‘레트로 갬성’에 1,3위 자리를 내어주었고, 이후 ‘레트로 감성/갬성’의 언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차이를 벌리었다.
비슷한 다른 단어에 ‘감성’을 덧붙인 표현이 자리 잡으면서 특정 장르의 특정 스타일이 아니라, 무엇이든 과거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제시하면 그것이 ‘레트로’로 표현될 수 있는 언어적 토양이 마련되었다.
그리하여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과거의 추억이 깃든 모종의 촌스러움을 연상시키는 ‘복고’와는 다르게, 감성과 한데 묶인 ‘레트로’는 10년 전의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이미지도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아기자기하고 핫한 것을 연상시키는 단어로까지 쓰임새가 확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