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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플랫폼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트렌드들이 쏟아지는 오늘날, 그 경중을 따지기는 결코 쉽지 않다. 수많은 현상들 중 지금 당장 주목해야 하는 라이프 트렌드는 무엇일까. 이에 본지는 바이브컴퍼니의 생활변화관측소와 함께 ‘데이터로 라이프를 말하다’ 칼럼을 통해 데이터라는 사실에서 생활의 변화를 읽어내 제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는 콘텐츠다.<편집자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는 가운데 어느 날 집에서 하루 종일 TV를 보고 있는 아이를 보며 “라떼는 말이야, TV가 하루 종일 나오지 않았어. TV 화면 조정 시간이 있었거든”이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아이가 “TV 화면 조정 시간이 뭐야”라고 물었다.

설명을 위해 그때의 색색 라인으로 된 화면 조정 이미지를 떠올리며 말을 골랐다. “TV가 하루 종일 일하기 힘들어서 잠시 쉬는 거야. 잠자는 동안은 물론 점심때부터 오후 시간에는 TV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나를 짠하게 보며 말했다. “와, 엄마 진짜 심심했겠네.”

아이의 대답에 어릴 때는 어떻게 콘텐츠도 없이 시간을 보냈는지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물론 동네에서 친구들과 어울린 기억이 있는 만큼 재미가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다만 그 시절 콘텐츠를 어떻게 시청했는지 떠올려 보면 단계적으로 콘텐츠 환경이 상승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꺼지지 않는 TV

어릴 때 TV 보던 기억을 떠올리면 정규 방송 이외에 볼 수 있는 채널의 선택권은 한정적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서울방송이 추가되고 갑자기 유선 케이블 서비스가 보급되면서 TV 화면 조정 시간에 제한적으로 놓친 방송이나 옛날 콘텐츠의 다시 보기가 가능해지자 일상의 재미가 한 뼘 자랐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하지만 오늘날 어린 세대들에게는 이러한 콘텐츠 시청 환경이 거의 ‘전설의 고향’급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요즈음의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24시간 내내 수많은 콘텐츠가 수백 가지 채널을 통해 흘러나오는 미디어 환경에 노출되어 살고 있다.

TV부터 스마트폰, 태블릿까지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디바이스들도 다양해졌다. 이로 인해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보고 싶을 때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현재를 자연스레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콘텐츠 시청 폭이 넓어진 것은 디바이스의 변화와 함께 콘텐츠를 보는 방식도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2010년대 초반 유튜브의 등장은 취향 콘텐츠와 추천 콘텐츠라는 경험을 보여주었고 보는 콘텐츠에서 참여하는 콘텐츠까지 그 영역을 넓혀 나갔다.

유튜브 시청은 사람들에게 제작사가 일방적으로 편성한 콘텐츠가 아니라 관심 콘텐츠 중심으로만 골라보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아가 TV 정규 방송과 종합편성 채널 이외에도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 플랫폼들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면서 이제 사람들은 스펙트럼이 넓은 콘텐츠 속에서 취향에 맞게 골라보고 있다.

다양해진 OTT 서비스

이러한 환경에서 OTT에 대한 관심은 얼마나 변화했을까. 그 관심은 진짜 현실적으로 증가하고 있을까. 바이브컴퍼니의 소셜미디어 분석 플랫폼인 썸트렌드비즈(SometrendBIZTM)에서 최근 약 3년간의 OTT 월별 언급량 추이를 검색해 보면 2019년 1월부터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던 관심량은 2020년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서는 그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달라진 세계의 라이프스타일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019년 연말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이듬해 3월 전 세계적 확산으로 팬데믹이 선언되면서 지구촌 사람들의 제한적 집콕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바깥 활동이 제한되고 하루종일 실내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라는 문제는 당연히 중요해졌다. 특히 볼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는데 TV 시청에는 한계를 느끼고 그렇다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볼 수도 없기에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고심하게 된 것이다.

이때 사람들이 주목한 콘텐츠 플랫폼이 명작 영화와 유명 시리즈물들이 집약되어 있는 OTT 서비스였다. 매월 정기 구독만 하면 예전에 즐겨 보던 콘텐츠를 무제한 재생할 수 있으며 시리즈물을 정주행하는 순간 그들의 무료한 시간은 순식간에 채워진다.

코로나19 시국에 증가한 OTT에 대한 관심은 다양한 스트리밍 플랫폼들의 제2의 성장기를 유도했고 플랫폼의 확대와 그들의 경쟁을 통해 볼거리가 풍부해진 환경은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을 골라서 볼 것인가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OTT 서비스 중 어떤 플랫폼을 구독, 시청하고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서비스 중인 OTT 플랫폼은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시즌, 애플TV플러스가 있다. 이밖에 추후 서비스가 논의 중이거나 해외 플랫폼이지만 국내에서 관심을 보이는 플랫폼으로는 HBO맥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파라마운트플러스 등이 있다.

10개가 넘는 국내 유명 OTT 서비스 플랫폼들에 대한 경쟁 관계와 그 관심의 이동을 살펴보기 위한 방법론으로 분석된 언급량의 합을 100으로 상정해 비중을 확인하는 방법을 적용, 변화를 연도별로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국내 OTT 서비스 시장의 부동의 1위는 넷플릭스였다. 초기에 한국 시장에 진출해 구독 플랫폼의 포문을 연 만큼 그 기세가 굳건하며 비중의 흐름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항상 60% 이상을 독점하고 있었다. 비중 하락의 이유는 국내 시장에 진출한 OTT 서비스 플랫폼이 많아지고 그들이 경쟁적으로 구독자 수를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경쟁자들은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2021년에는 넷플릭스의 독주 속에 경쟁 플랫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먼저 왓챠는 국산 플랫폼의 초기 제작자로서 그동안 넷플릭스의 대항마 역할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러한 경쟁 구도로 인해 한때는 ‘넷없왓있(넷플릭스에 없고 왓챠에 있는 콘텐츠)’, ‘넷있왓없(넷플릭스에 있고 왓챠에 없는 콘텐츠)’ 등이 소셜미디어에서 리스트로 공유되며 서로의 콘텐츠를 서로가 보완하는 관계성을 보이기도 했다.

왓챠의 연도별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OTT 시장의 성장에 따라 매년 1%대의 성장률을 보이고는 있으나 뒤를 좆는 티빙과 신흥 강자인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의 추격전을 생각하면 큰 성장폭을 보였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다.

이에 반해 티빙의 성장은 흥미롭다. 티빙은 tvN을 중심으로 구성된 OTT 플랫폼인데 주로 TV 수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그때그때 보고 싶은 콘텐츠를 다시 보는 용도로 사용하던 플랫폼이었다. 최근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의 잇따른 홈런으로 다시 보기 플랫폼에서 제작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으며 이러한 변화는 구독자의 유입을 이끌었다.

2021년 많은 주목을 받으며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기대만큼이나 화제성이 높았다. 2020년부터 디즈니 제작사의 콘텐츠들이 순서대로 넷플릭스 및 여타 OTT 플랫폼에서 상영이 중지되면서 OTT 서비스 이용자들은 디즈니의 OTT 시장 진출 시기를 점치며 기다려 왔다. 아직 국내 진출 초기이기 때문에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지만 디즈니 명작과 마블 시리즈 등의 막강한 콘텐츠 라인업으로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

이를 이어 생각하지 못한 국산 OTT 플랫폼이 나타났다. 바로 쿠팡플레이다. 사실 쿠팡이 콘텐츠를 기획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은 조금씩 있어 왔다. 하지만 쿠팡플레이의 인지도는 2020년까지만 해도 1%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2021년 1.8%까지 인지도가 상승해 자체적으로 약 2배의 성장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작은 성장이지만 주목해 볼 만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혼돈의 OTT 경쟁 가운데 어떠한 이유로 사람들은 각각의 OTT 플랫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를 위해 연관어 비교 분석을 활용해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상위 3개 플랫폼을 비교해 보았다. 그리고 2021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티빙,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의 연관어 비교를 통해 새롭게 주목받는 OTT 서비스들은 어떠한 특이점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OTT를 보는 이유, ‘오리지널’, ‘시리즈’

연관어 네트워크 표를 분석해 보면 OTT 서비스들에서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키워드는 단연 ‘오리지널’과 ‘시리즈’다. 기존에 유명 시리즈들을 다시 보는 플레이리스트 플랫폼에서 오리지널 제작 콘텐츠까지 볼 수 있는 제작 플랫폼으로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1위인 넷플릭스의 경우 ‘옥자’ 이후 계속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 2019년 ‘킹덤 시즌 1’이 화려한 성공을 거두는 등 국내 콘텐츠의 꾸준한 흥행이 이어졌으며 최근에는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 돌풍으로 오리지널 제작 콘텐츠의 정점을 찍었다.

2위인 왓챠는 일본 드라마 장르를 타 경쟁사 대비 다양하게 보유하며 취향의 영역에 주목해 구독자의 흥미를 자극해 왔다. 다만 아직 유명세를 탄 오리지널 콘텐츠의 수가 많지 않아 3위인 티빙 대비 최근의 증가세가 높지 않다.

티빙은 기존의 tvN 콘텐츠가 연달아 성공하면서 독점 플랫폼의 위상도 높아져 왔다. 여기에 최근 종영된 오리지널 콘텐츠 ‘술꾼 도시 여자들’이 입소문을 타며 정주행을 위한 신규 가입이 늘었다. 탄탄한 콘텐츠와 tvN의 실시간 시청이라는 특장점을 무기로 최근 눈에 띄게 성장해 웨이브를 제치고 2021년 3위에 안착했다.

한편 웨이브는 지상파 다시 보기가 가능한 유일한 플랫폼이다. 따로 TV 시청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가구에게 대체재로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지상파 방송을 본방사수하지 않아도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바쁜 현대인들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물론 웨이브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고는 있으나 상대적으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이제 국내에서 신규로 등장한 디즈니플러스와 쿠팡플레이를 확인해 보자. 디즈니 동화를 보며 상상력은 키우고 디즈니 만화로 감상에 젖어온 소비자들에게 디즈니 중심의 OTT 서비스는 언제나 기대 1순위로 이야기되었다. 디즈니플러스의 강점은 역시 고전부터 최신작까지 그들만의 독점 공식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디즈니 작품 이외에는 다양성이 떨어지고 최근 자막 완성도나 고객센터 응대 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어 안정적인 서비스 안착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마지막으로 쿠팡플레이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작으로 ‘독점 생중계’라는 여타 OTT 서비스와는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월드컵, 올림픽 등 실시간 중계로 볼 수 있는 스포츠 콘텐츠를 도입했고 가수들의 콘서트나 라이브 방송을 독점 중계하면서 유명세를 키웠다. 게다가 이미 소비자들의 생활에 스며든 쿠팡의 ‘로켓와우(유료 멤버십)’ 가입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쿠팡플레이를 시청할 수 있어 진입장벽도 낮추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N개의 구독

순식간에 성장한 OTT 시장 상황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뭐가 이렇게 자꾸 나와”라는 반응일까 아니면 “아, 이건 못 참지. 하나 더 구독해야겠다”라는 반응일까.

답은 대체로 구독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OTT 서비스별로 제공하는 가치나 특장점이 명확히 다르기 때문에 모든 취향을 충족시키는 ‘N개 구독’을 하는 것이다.

‘N개 구독”의 시초는 앞서 소개한 ‘넷없왓있’으로 대변된다. 자동 결제의 정기 구독 방법은 소비의 체감을 낮추었고 만족스러운 콘텐츠 시청 경험은 2개의 채널 소비에 정당성을 부여해 왔다.

이후 후발 OTT 주자들의 독자적 콘텐츠 라인업은 N개 구독에 화력을 보태기 시작했다. N개 구독을 통해 사람들은 ‘공식’, ‘독점’, ‘오리지널’, ‘다시 보기’, ‘실시간’ 등으로 특화된 각양각색의 플랫폼들로부터 본인들의 상황과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OTT 경쟁 상황에도 좋은 신호이다. 서로 시장 파이를 먹어 치우는 상황이 아닌 서로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상호 보완을 하는 형태로서 소비자들에 인식되어 모든 플랫폼이 소비자의 여가시간을 효율적으로 채워 주고 있다는 점이 시장경제에서 보기 드문 사례인 것이다.

언제나 치열한 상황에서 경쟁자를 이겨야만 성장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경쟁 상상에서 각자의 매력을 앞세워 상호 보완재로서 소비자들의 생활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OTT 서비스의 성장이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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