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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대학에서 ‘비건 학식’을 시범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학식에 도입이 될 정도로 비건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비건’이란 동물성 식품(고기, 우유, 달걀 등) 을 전혀 먹지 않는 적극적인 개념의 채식 주의자를 의미한다 .
실제로 내 지인 중 한 명도 건강을 위해 비건을 하고 있다. 외식을 할 때에도 앱을 통해 근처 비건 식당을 찾아보고, 도시락을 싸다니는 등 나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었다
비건 열풍이 불어온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미닝 아웃’ 소비 행태를 보이는 MZ 세대는 친환경, 동물 보호 등의 자신의 가치를 비거니즘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썸트렌드 데이터로 살펴본 언급량은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핫플’에는 감성과 맛을 모두 잡은 비건 식당이 줄지어 생겨났다
비건을 하고 있는 친구와 만났을 때 방문해본 가로수길의 한 식당이다. 가격대도 있고, 아무튼 ‘비건’ 식당임에도 가게는 계속 만석이었다.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와 같이 비건이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 중 하나는 ‘감성 인테리어’일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흔히 보이는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와 다양한 액자, 예쁜 플레이팅 등이 먹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편식을 했으면 했지, 채소를 찾아먹지는 않는 나였지만 생각보다 음식 역시 맛이 좋았다.
‘비건 식당’에 대해 긍,부정어 분석을 해본 결과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맛있다’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건강한 맛’, ‘잘 먹다’와 같이 맛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이 많았다. 나 역시 비건을 떠나서 음식이 맛있었다는 기억이 더 크게 남았는데, 단순히 비건이라고 해서 ‘맛없는 채소를 억지로 먹는’ 이미지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거니즘은 개인 식당을 넘어서 프랜차이즈, 뷰티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리브영에서도 ‘비건 뷰티’ 제품을 내놓았다. 비건 화장품은 제조 과정에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을 말한다. ‘한경 뉴스’에 따르면 전 세계 비건 화장품업계 규모는 연평균 6.3% 성장하고 있다. 2020년 17조 8000억원 규모에서 2025년에는 약 24조 3335억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비건 뷰티에 대한 긍, 부정어를 분석해본 결과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촉촉하다’, ‘산뜻하다’와 같은 화장품 성능에 대한 이야기와 ‘안심하다’, ‘좋은 제품’, ‘인증 받다’와 같이 비건 뷰티가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다만, ‘칙칙하다’, ‘번들거리다’와 같은 부정적인 의견도 나타나고 있었다. 화장품은 그 효과가 ‘사바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비건으로 제조하는 데에 있어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비건’에 대한 긍, 부정어를 분석해본 결과 ‘비건식당’에 비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비교적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싫다’를 넘어서 ‘혐오’, ‘X진상’과 같은 다소 과격한 부정적인 표현이 나타나기도 했다.
부정적인 인식을 형성한 이유 중 하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어난 시위일 것이다. 육식을 주로 하는 햄버거 집에서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라는 피켓을 들고 사람들의 식사를 방해한 사건이다. 한편, 비건에 대한 영양학적, 윤리적 반론도 있다. 우리 학교에서 비건 학식이 시행된다고 할 때에도 ‘ *에브리타임 ’ 에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논리적인 비판도 있었으나 단순히 ‘미개한 문화’라고 무시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비건이든, 논 (non) 비건이든 서로의 식습관을 무작정 존중하지 못하는 모습은 혐오감을 키우게 될 것이다. 잠깐의 유행이 아닌, 문화와 취향으로 비건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해보인다.
*에브리타임 :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