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하는 여자
MZ세대는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 2000년대 초 출생) 와 Z세대(1990년대 중반 ~ 2000년대 초 출생) 를 아우르는 말로 2022년 현재, 10대 후반에서 30대 청년층을 이루는 말이다. MZ세대의 긍∙부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긍정어가 90%를 차지한다.
보는 바와 같이 ‘적극적이고 즐길 줄 아는 세대’ 라는 인식이 강하다. 신문 기사, 블로그,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에서 MZ세대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X세대, Y세대와 다른 점들을 부각시키고 MZ세대만의 특징을 정리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MZ세대의 행동 하나 하나가 화제를 몰고 다닌다.
이번 주 소개드릴 책은 주인공들이 요즘 20-30대 직장인 즉 MZ세대로 구성되어있는 장류진의 소설집<일의 기쁨과 슬픔>이다.
‘장류진 작가’의 긍∙부정을 검색해보면 긍정이 80%를 차지한다. 장류진 작가의 이야기는 MZ세대들에게 큰 공감을 얻으며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추천되고 있다. 정이현 작가는 ‘오늘의 한국사회를 설명해줄 타임캡슐에 넣어야 할 책’이라는 추천글을 쓰기도 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직장 생활의 애환을 담고 있다. 카드사 공연기획팀 직원인 ‘거북이 알’(닉네임)은 해외 저명한 공연가들 섭외를 무사히 성사시켰다. 그러나 인스타에 제일먼저 올리고 싶었던 회장님보다 먼저 매스컴에 공연 소식을 공개한 것이 회장님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 돼 1년 간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받아야 했다. 거북이 알은 수백만의 포인트를 현금화 하는 나름 대로의 방법을 찾아 직장에 잘 다니고 있다는 내용이다.
“거북이 알은 회사, 회장님께 맞서다 결국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될 것을 예상했으나 빗나갔다. MZ세대인 ‘거북이알’은 용서를 빌 지도, 퇴사를 하지도, 투사가 되지도 않았다. 나름의 방법으로 곤경을 헤쳐나가고 즐거운 마음으로 직장을 다녔다. 거북이 알은 일이 주는 ‘기쁨’과 ‘슬픔’을 정확히 알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곤경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은 후에는 MZ세대답게 신속, 정확하게 움직였다.
‘일’의 (동의어로 ‘직장’, ‘회사’ 포함) 긍∙부정의 살펴보면 부정의 비율이 더 많을 것 같은데 긍∙부정의 비율이 반반씩 나오는 것을 보면 거북이 알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으면서 조마조마 하기도 하고 MZ세대의 대응 방식이 흥미진진 했고 허를 찔린 것 같아 놀라웠다. 그러나 책을 다 덮고 난 후에는 연민과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들도 나이와 경험의 차이 때문에, 가치와 셈을 따지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당해야 하는 ‘을’로 살고 있는 비애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직장인 MZ세대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틸까? 힌트는 ‘거북이 알’ 닉네임에 있다.
“나도 그래요. 사무실 나서는 순간부터는 회사 일은 머릿속에서 딱 코드 뽑아 두고 아름다운 생각만 하고 아름다운 것만 봐요. 예를 들면 거북이라든지, 거북이 사진이라든지, 거북이 동영상이라든지” 그녀는 이미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첩을 스크롤하고 있었다. “귀엽죠? 우리 집 거북이예요. 이름은 람보. 람보르기니의 람보. 얘는 둘째 마쎄. 얘가 막내고” “페라 일까요? 페라리의”
장류진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소설을 읽고 쓰면서 위로를 받았고, 반대로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소설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시간을 들인 만큼은 물리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회사 일에서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일이 위안이 될 때가 있다. 그렇다. 알고 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