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하는 여자
강렬한 햇살, 파란 하늘, 지중해 바다, 매미 울음, 수영장, 낮잠.
여름이 왔다. 여름이 되면 영화 <CALL ME BY YOUR NAME> 이 떠오른다.
영화의 원작 소설은 <그해, 여름 손님>으로 출판하다가 영화 흥행에 힘입어 리마스터판인 <CALL ME BY YOUR NAME>으로 제목을 바꿔 출판하고 있다.
<그해, 여름 손님>은 한 소년의 첫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이탈리아에서 여름휴가를 지내는 엘리오 가족에게 손님이 찾아 온다. 아버지 책 출판을 돕기 위해 찾아 온 미국 교수 올리버이다. 엘리오는 올리버를 만나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첫사랑의 연관어를 살펴보면 ‘기억’, ‘마지막’, ‘이야기’, ‘선배’ 등 ‘첫사랑’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단어들이다.
특이한 연관어가 있다면 ‘재질’이다. 요즘 세대들은 ‘OOO은 첫사랑 재질’이라는 말로 이상형을 표현한다.
내용상, 책과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는 편이다. 영화가 책보다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데 ‘엘리오’역을 맡았던 ‘티모시 살라메’의 인기 덕분이다. 티모시 살라메는 헐리웃 스타들의 스타라고 불리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보다는 책이 더 좋았다. 책은 엘리오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엘리오가 올리브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특별하다. 남들과 다른 사랑을 하는 자신, 상대에 대한 감정,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갈 수 없는 마음 등이 여느 사람들이 첫사랑에 빠질 때 느끼는 감정과 다르다. 책은 그 감정선을 좀 더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첫사랑에 대한 감정은 좋고, 설레고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사랑 그 자체이다. 물론 엘리오도 그런 감정을 느끼지만 엘리오는 수치심, 죄책감, 후회, 두려움의 감정도 함께 느낀다. 엘리오의 그 복잡 미묘한 감정과 생각들이 영화보다 책이 더 잘 표현하고 있다.
결말도 다르다. 영화의 결말은 엘리오가 올리브의 전화를 받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책에서는 엘리오와 올리브가 두세 번 더 만나고 그들이 마음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확인한다. ‘첫사랑은 보고 싶지만 보지 않는 편이 더 좋은 것’이라는 흔한 공식을 깨는 결말도 책이 더 좋았다.
<그해, 여름 손님>을 읽고 꿈을 꾸었다. 나의 이상형은 ‘공대 오빠’로 불리는 연예인 하석진이다. 긴 테이블이 여러 개 이어진 술자리,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인 듯 하다. 그 ‘공대 오빠’는 내 왼쪽 테이블 대각선 자리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서로 술을 따라 주고 마시는 중에서도 자꾸 눈이 마주쳤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도 또 다시 마주치는 눈. 그쪽을 안 보려고 해도 또 다시 마주치는 눈이 나만 그 감정을 갖고 있는게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눈만 여러 번 마주치고 말 한마디 못하고 꿈에서 깼지만 눈이 마주쳤을 때의 두근거림은 아직도 생생하다.
휴가지에서 <그해, 여름 손님>과 함께 특별한 휴가를 즐기길 권해 본다.
“언제쯤 내 마음을 눈치챘어요?” 어느 날 그에게 물었다.
그는 “네가 얼굴을 붉혔을 때”라고 대답했다.
“내가요?”
그가 여기 온 첫째 주 어느 날 일찍 시 번역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