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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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하는 여자

<82년생 김지영>의 작가로 잘 알려진 조남주 작가는 우리의 민 낯을 잘 보여주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녀의 책은 한 호흡에 읽기 어렵다.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알 수 없는 감정들 때문에 잠시 책을 덮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은 완전히 나쁘거나 완전히 착한 사람들이 아니다. <서영동 이야기>에도 그런 인물들이 등장한다.

출처: 은행나무 출판사

2021년에 출간 된 <서영동 이야기>는 7편의 연작 소설로 가상의 공간인 ‘서영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때는 판잣집과 설탕 공장, 연탄 공장이 있었던 서영동은 지금은 52층짜리 노블엔 주상복합아파트와 현대 아파트, 동아 아파트, 우성 아파트가 들어섰다. 노블엔 주상복합건물에 유정∙세훈 부부가 살고, 유정의 아버지는 우성 아파트에서 경비원 일을 하고 있다. 현대 아파트에는 안승복이 살며 입주자 대표를 하고 있고 그의 딸 안보미 부부가 동아 아파트에 살고 있다. 동아 아파트에는 은주와 동창 서영이가 살고, 희진네 가족도 살고 있다. 아영은 아파트 근처 백은 빌딩에서 경하가 운영하는 바른영어수학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유정은 결혼할 때 세훈이 해 온 서영동에서 가장 비싼 노블엔 주상복합 아파트34평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유정에게 “좋겠다”, “부럽다”는 말을 했다. 세훈은 1년 째 구직 중이다. 생활비는 유정의 수입으로 충당하는데 유정은 세훈에게 자꾸 움츠려 들었다. 유정의 아버지가 유정이 살고 있는 근처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오면서 유정은 친정과 시댁의 삶이 너무 다름을 알고 이상한 죄책감과 서러움에 눈물을 흘렸다.


경비원인 유정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은 <경고맨>이다. 2021년 10월 21일부터 공동 주택에 근무하는 경비원이 경비 업무 외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은 ‘새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경비원에게 택배 세대 배달, 대리 주차와 같은 허드렛일을 시키면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를 물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021년 6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소셜 상에 나타난 ‘경비원’ 긍∙부정을 살펴보면 ‘불법’이란 단어가 눈에 띄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앞서 얘기한 ‘경비원에게 허드렛일을 시키면 불법’ 이라는 기사 내용이 전달되면서 ‘불법’이란 단어가 많이 언급되었다.

분석단어:’경비원’긍∙부정 분석
분석기간: 21/6/1~21/11/30
출처: 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

시행령 이후, ‘경비원’ 긍∙부정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다음과 같다.

분석단어: ‘경비원’ 긍∙부정 분석
분석기간: 21/12/1~22/5/31
출처: 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

‘꿈꾸지못하다’는 단어가 눈에 띄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정을 나타내는 빨간색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얼마 전까지 경비원에게 유상 휴가란 꿈도 못 꾸었다. 대체 근무할 사람을 구하여 내 월급에서 13~18만원을 주어야 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으로 나아진 경비원의 생활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비원’과 관련된 단어로는 부정 단어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가보면, 현대아파트 입주자 대표 안승복은 20대에 빈손으로 상경 해 서영동 연탄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악착같이 저축해 단칸 전세방, 낡은 주택 매매부터 신축 아파트 분양으로 차근차근 보금자리를 옮겼다. 부동산 투자를 통해 성공적으로 자산을 불려 서영동에 45평, 34평 아파트 각각 1세대와 근처에 원룸 건물 하나를 소유하고 있다. 안승복은 자신의 딸 안보미에게 자신의 인생이 ‘자신의 손으로 집을 이룬 자수성가 (自手成家)’라고 말한다. 그러나 안보미는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아버지가 속물 근성을 지닌 투기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안승복이 부동산으로 자산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지금처럼 규제가 촘촘하지 않았고 취득, 양도, 보유에 따르는 세금 부담도 거의 없었던 시절에 투기에 가까운 횟수와 방식으로 부동산을 끊임없이 사고 팔았기 때문이며 운도 좋았고 건설 경기가 호황이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금융교육센터에 따르면 투자는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자산을 다양하게 운용하고 관리하는 행위’를 말하고 투기는 ‘비합리적인 자금 운용을 의미하며 짧은 기간 동안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많은 리스크를 떠안는 행위’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셜에서 나타난 ‘부동산 투자’와 ‘부동산 투기’ 연관어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분석단어: ‘부동산투자’와 ‘부동산투기’ 연관어 비교 분석
분석기간: 21/6/1~22/5/31
출처: 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

공통 연관어로 ‘투자’와 ‘투기’ 동시에 언급됨을 알 수 있다.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금융감독원에서 말하는 정의와 다르게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아파트 값 역시 그러하다. ‘내 집이면 제값이고, 남의 집이면 거품’인 것이다.


동아 아파트에 사는 희진은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매하고 평형을 늘리는 방법으로 25평에서 32평, 그리고 42평으로 집을 옮겼다. 희진이 대출을 받아 처음 아파트를 샀을 때는 집값이 올라 자산이 불어나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집을 옮겨 다니지 않고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공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 또 한 번 집을 옮겼고 그 과정에서 불어난 자산을 보았다. 그 때부터 희진은 집이 매우 훌륭한 자산 증식 수단으로 보였다. 42평 아파트를 구매했을 때 희진은 서울에 10억이 넘는 아파트와 현금 플러스 알파를 지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옮겨간 42평 아파트에서 희진의 가족은 윗집의 층간 소음과 아랫집 남자의 예민함 사이에 끼어 고통 받아야 했다.

‘층간 소음’과 관련된 긍∙부정 단어를 살펴보면 부정 단어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층간 소음 때문에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뉴스도 접하는 세상이다. ‘안심’, ‘해결하다’와 같은 긍정 단어도 언급되고 있지만 이는 슬리퍼나 매트를 사용해서 층간 소음을 해결하고 안심하게 되었다는 광고성 발언이 주를 이룬다.

분석단어: ‘층간소음’ 긍∙부정
분석기간: 21/6/1~22/5/31
출처: 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

희진의 가족도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행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사를 갈 생각을 하지 못한다. 희진은 교양 있는 서울 여자처럼 다른 사람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참고 있다. 왜냐하면 집값이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이사 한지 3년 만에 희진의 아파트 시세는 15억이 되었다.


희진의 가족이 시끄러운 위층과 예민한 아래층 사이에서 병들어가고 있는 동안 서영동 상가 백은 빌딩 바른영어수학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아영의 일이 끝나고 돌아가 쉴 곳이 없어지게 됐다. 아영의 수입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아영이 과소비도 하지 않지만 같은 보증금과 월세로 구할 수 있는 집은 점점 형편없어지고 급기야 학원에서 도둑잠을 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아영은 포털 사이트 메인에 ‘2030 영끌족, 수도권 아파트 매수세 심상찮아’라는 기사를 보고 ‘끌어 모으면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영혼은 대체 어떤 영혼일까’ 라며 궁금해 한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영끌’이란 말은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의 줄임 말로 주로 급여를 계산할 때 각종 수당까지 모두 끌어 모아 계산했다는 말로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을 하나로 모은 행위를 강조한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 ‘영끌’은 급여,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부모님 찬스 등으로 최대한 자금을 끌어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 영끌’에 대한 긍∙부정을 살펴보면 부담, 우려, 불안, 허리 휘다 등의 부정 단어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분석단어: ‘영끌’ 긍∙부정 분석
분석기간: 21/6/1~22/5/31
출처: 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

영끌을 해서라도 사야하는 ‘집’이란 진짜 무엇일까? 부동산 재테크의 수단일까? 생활과 쉼의 공간일까? 서영동 사람들은 행복할까?


“다들 대단하다고 생각할 걸? 엄청 부러울 거야. 욕하는 사람? 있을 수 있지.
부러워서 그래. 너무 부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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