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IV · 생활변화관측소 김민성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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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IV · 생활변화관측소 김민성 연구원

출처 : 셔터스톡
이주의 관측 Point

의료 용어였던 ‘도파민’이 일상 용어가 되기 시작했다.
요즘의 ‘도파민’은 몰입과 인지의 자기 발화다.

일상 언어가 된 도파민

도파민은 우리에게 익숙한 아드레날린, 엔도르핀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다. 그중에서도 쾌감과 성취감을 유발한다. 이런 과학적 사실보다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도파민의 언급량 변화다. 도파민은 2023년 12월, 2021년 1월 대비 약 32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삶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우리가 새로 학습했던 ‘루틴’과 추이를 비교해 보면, 도파민의 증가세가 얼마나 빠르고 높은지를 체감할 수 있다. 특히 2023년 11월부터 도파민의 언급량은 루틴을 역전했다. 이제 도파민은 의학 용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온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때에 도파민을 찾는 걸까?

도파민, 중독의 극치가 되다

“갓생을 살기엔 도파민 중독인 나에게 최적화 된 것들이 너무 많아 재밋는 것만 하고 살고십따..”
“새해부터 절제된 삶을 살아야지 도파민 중독으로부터 벗어나자”
도파민은 재미있고 중독되는 것이다. ‘절제’, ‘갓생’ 같은 키워드의 대척점에 있다.

지난 3년간의 ‘중독’ 연관 키워드를 보자. 무려 11개의 키워드가 3년 내내 15위 안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을 중독시킬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다. 개중에는 ‘마약’, ‘도박’처럼 누구나 기피해야 할 것이 있고, ‘커피’나 ‘빵’과 같은 일상 요소의 선호 표현에도 ‘중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렇듯 그들만의 리그에 가까운 중독의 영역에서, 2021년 53위에 그쳤던 ‘도파민’이 3년 뒤 2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도파민은 기피 대상과 선호 표현 중 어디에 해당할까?

몰입과 인지의 도파민

결론적으로 도파민은 두 가지 모두를 함의한다. 특정 콘텐츠에 몰입할 때에는 선호 표현으로, 콘텐츠로 둘러싸인 삶을 인지할 때에는 기피 대상으로 도파민이 활용된다.

“진심 웹소 읽으면서 감격스러울 때마다 폰 덮고 잠시 우주의 명상을 함 아니면 나의 나약한 뇌가 고자극 도파민에 의해 터질거임 감사합니다 작가님들 앞으로도 제 뇌를 터트려주세요”
“나는솔로에서 아직 싸움이 더남았다는게 미치겠음 도파민의 축복이 끝이 없어”
다른 데 신경 쓰지 못할 만큼 특정 콘텐츠에 흠뻑 빠졌을 때 사람들은 그 몰입감을 ‘도파민’으로 설명한다. 즉, 도파민은 콘텐츠의 매력도를 설명해 주는, 새로운 표현법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수많은 콘텐츠와 연결된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도 ‘도파민’이 등장한다. “바른 삶을 살고 있지만… 스트레스 받아서 도파민 땡길 때 개많음 진짜로”
“올해 도파민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고 읽고 듣는것들 한번더 검열하고 자제하는 연습을 했음. 아직 완전히 끊어내지 못한것들도 있지만, 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이 느껴짐!”
일상에서 재미를 얻지 못하거나 과도한 자극에 노출된 자신을 스스로 진단할 때, 도파민이 인지의 언어로 작동하는 것이다.

몰입과 인지, 어디에 해당하든 도파민이 좋거나 나쁘다고 단언할 수 없다. 우리가 주목할 지점은 오늘날 사람들이 일상의 표현법으로 ‘도파민’을 차용했다는 데 있다.

도파민의 지속세, 그리고 이어서 발굴될 언어를 지켜보자.

VAIV · 생활변화관측소 김민성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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