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IV · 생활변화관측소 김세화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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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IV · 생활변화관측소 김세화 연구원

이달의 관측 Point

오늘날의 ‘비건’이 의미하는 것은
① 건강보다 친환경
② 엄격한 비건 이전에 ‘비건 지향’
③ 식습관을 넘어선 제품 선택의 기준

[채식 vs 비건 10만문서당 언급 추이]

‘비건(vegan)’은 사전적으로 고기, 우유, 달걀을 포함한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적극적인 채식주의자를 의미한다. 소셜 상 ‘비건’의 언급량은 지난 3년 사이에 6.6배 증가해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채식’이라는 행위 자체의 언급량을 큰 폭으로 넘어섰다. 왜 채식이 아닌 비건일까? 비건을 어떤 의미로 쓰고 있을까?

미래 환경을 위해 선택하는 ‘비건’
[10만건당 언급량 추이_월별]

‘비건’을 어떤 상황에 이야기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기존의 ‘비건’은 ‘건강/다이어트’와 연관된 개념이었지만 최근 다른 흐름이 보인다. ‘비건’의 ‘상황’ 연관 키워드 상위 20개 가운데 음식(식단, 메뉴, 재료, 성분)과 제품(브랜드, 인증) 관련 키워드를 제외하면, ‘건강/다이어트’와 함께 ‘친환경’ 또는 ‘동물복지’ 관련 키워드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친환경’ 관련 키워드들이 2020년 9월을 기점으로 ‘건강/다이어트‘를 앞질렀고, 그 차이를 큰 폭으로 벌려 나가고 있다.

‘채식’ 연관 키워드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이 보이지만, 그 크기와 폭은 상대적으로 작다. 다이어트 식단의 의미를 넘어 자연과 지구, 동물을 위한 행동임을 표현하는데 있어 채식이라는 행위 자체보다 강력한 행동 기조를 내포하고 있는 ‘비건’이라는 단어를 선택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건’이 아니라 ‘비건 지향’

‘비건’을 이해하는데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오늘날의 ‘비건’은 환경 문제나 동물 문제 등의 심각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사전적인 의미의 엄격한 비건(vegan)이 되기 어려움을 이미 알고 있고, 모든 사람이 단번에 삶을 바꿀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비건이 아닌 ‘비건 지향’으로 정체화 한다. 지나치게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는 대신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만큼 실천하며 장기전을 계획한다. 육식 사진 전시를 피하는 것부터 시작해 처음, 한끼, 하루, 1주일 혹은 1주일에 한 끼 비건 식단에 도전해보고 가능하면 횟수나 기간을 늘려서 자기만의 챌린지를 이어간다. 힘들면 포기하거나 실패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다시 또 도전하면 된다.

또한 혼자서 의지를 가지고 지속 하기 어려운 이 도전은, 불특정 다수와 교류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중심으로 공통 해시태그를 이용한 느슨한 연대를 구축함으로 인해 그만두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있다. ‘#나의_비거니즘_일기’를 통해 서로의 식단을 인증하고, 다른 사람들의 식단을 통해 다음 비건식 메뉴에 대한 힌트를 찾아낸다. ‘#혹시_이거_비건’인지 해시태그를 달아 정보를 공유하고, 습득하기도 한다. #제로웨이스트와 같은 다른 챌린지와 번갈아 시도하며 두 가지 모두를 독려하는 경우도 많다.

식습관에서 제품으로 확장되는 ‘비건’

비건과 관련해 최근 3년간 가장 많이 증가한 ‘비건00’ 키워드는 비건음식으로, 특히 베이커리류에 대한 언급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식사 뿐만 아니라, 비건 크럼블, 비건 스낵 등 간식거리까지 확대되는 양상이 눈에 띈다.

한편 비건은 행동 기조이고, 비거니즘에 대한 노력은 식습관에만 국한되지 않고 확장되고 있다. 클린 뷰티를 강조하기 시작한 뷰티와 패션 차원에서 각종 비건 화장품, 비건 가죽 등의 언급량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오늘날의 비건은 식습관에 있어서 사전적 의미만큼 엄격하지 않지만, 인류가 지구와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실천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식습관을 넘어 더 다양한 브랜드, 제품, 서비스의 선택 기준이 되었다. 화장품이 떨어졌을 때, 다음에 쓸 세탁 세제를 고를 때 이제는 비건 제품에 한 번 더 눈길을 주고, 환경 유해 성분이 있는 제품이나 동물 실험을 한다고 알려진 브랜드의 대체재를 찾아보며 그렇게 조금씩 하지만 꾸준하게 점점 넓은 범위에서 비건 지향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 ‘비건 지향’은 당장 완벽할 수 없어도 가능한 한도 내에서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 우리 브랜드와 제품은 환경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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