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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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하는 여자

출처: 인문360 (https://inmun360.culture.go.kr/content/388.do?mode=view&page=&cid=2367347)

2005년 등단한 황정은 작가는 어느덧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타인을 향한 작가의 섬세한 마음과 시선이 담긴 소설 속 문장은 각종 SNS를 타고 퍼져 나가고 있다. 황정은 작가 책을 출판한 ‘창비’에서는 마음에 드는 도서를 읽고 캘리그라피로 재 탄생시켜 SNS에 게시하는 ‘창비 손 글씨당’을 운영하는데 황정은 작가의 소설 속 문장도 게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의 출간 날짜와 상관없이 소설 속 문장들이 다양하게 언급되면서 작가 ‘황정은’에 대한 언급도 꾸준하다.

창비손글씨당
출처: 인스타그램 @chr7638(https://www.instagram.com/chr7638)
분석 단어: ‘황정은’ 언급량 분석, 분석기간: 2021.05.23 ~ 2022.05.22 출처: 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

황정은 작가의 <연년세세> 작가의 말에는 이 소설을 쓴 계기가 적혀있다. “사는 동안 ‘순자’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자주 만났다. 순자가 왜 이렇게 많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순자’라는 이름은 순할 순(順)에 아이 자(子) 자로 삶이 순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다. 부모는 자식이 이름대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좋은 뜻을 담아 이름을 지어 주신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 왔지만 2005년부터 악용하는 사례를 제외하고는 이름을 바꾸는 개명이 자유로워졌다.

‘개명’과 관련된 연관어를 검색해 보면 철학관, 운세, 작명, 사주, 상담과 같은 단어가 눈에 띠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찾은 철학관이나 점집에서 ‘이름을 바꾸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 개명을 하거나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개명하려 할 때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아 조언을 구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분석 단어: ‘개명’ 연관어 분석, 분석 기간: 2021.05.23 ~ 2022.05.22 출처: 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

절차가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2008년부터는 성을 바꾸는 일도 가능해졌다. 지난 달 4월에는 한 연예인이 자신의 성을 엄마의 성으로 바꿨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난 김찬미 아닌 임찬미”……엄마 姓으로 바꾸는 사람들)

<연년세세>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은 성과 함께 호명되는 성명(姓名)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책의 첫 장에 ‘한세진은 아침 여섯 시에 차를 몰아 집을 나섰고 별다른 막힘없이 올림픽대로를 달려 이순일이 사는 집에 도착했다.’처럼 말이다. 한세진과 이순일, 두 사람의 관계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어서 “한세진의 형부”, “한세진의 언니인 한영진”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한세진도 이순일도 할아버지, 라고 부르는 그는 이순일에게 할아버지였고 한세진에게는 외증조부였다.”라는 문장이 등장할 때쯤에 이들이 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순일’과 ‘한중언’은 ‘한영진’, ‘한세진’, ‘한만수’ 라는 이름을 가진 1남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성과 함께 부름으로써 부모와 삼 남매로 이뤄진 가족 구성원들이 처한 상황과 관계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연년세세>는 4개의 연작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소설인 ‘파묘(破墓)’는 이순일이 외조부의 묘를 없애는 이야기이며, 두 번째 소설인 ‘하고 싶은 말’은 백화점 판매원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장녀 한영진의 이야기이다. 세 번째 소설인 ‘무명(無名)’은 이순일의 피란과 고난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 이야기이며 네 번째 이야기인 ‘다가오는 것들’은 시나리오 작가로서 가족의 이야기를 연극 무대에 올리는 차녀 한세진의 이야기이다.

두 번째 소설인 ‘하고 싶은 말’에 주목해 보면, 이순일은 자신의 겪은 그 숱하고 징그러운 이야기를 자식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면서 파묘를 결정하지만 장녀 한영진의 삶은 이순일의 삶과 마찬가지로 고달프다. 한중언, 이순일 부부가 사기를 당해 가계가 기울자 그림을 그리고 싶어 진로를 탐색하던 한영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유통업체에 취직해 가족의 생계비를 벌었다. 경조사비가 필요하거나, 걱정거리가 생겼을 때, 이순일은 한영진과 의논했다. 동생들도 한영진과 의논했다. 한영진은 그렇게 가족을 감당했다. 한중언의 담석 수술비를 내고 이순일의 치과 비용을 대고 이사할 집의 보증금을 대출받고 한세진과 한만수의 대학 학비를 보태고 한만수의 유학 준비를 도왔다. 어쩔 수 없었던 환경이지만 한영진은 자신이 번 돈으로 차려진 밥상이 ‘자부와 경멸과 환멸과 분노를 마주하는 상’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왜 나를 당신의 밥상 앞에 붙들어 두었는가”라는 원망을 지금까지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한영진과 같은 ‘장녀’와 관련된 연관어를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다.

분석 단어: ‘장녀’ 연관어 분석 분석 기간: 2021.05.23 ~ 2022.05.22 출처: 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

이 중에서 주목할 만한 단어는 ‘K장녀’이다. 온라인상에서 흔히 쓰이고 있는 신조어 ‘K장녀’는 코리아(korea)의 앞 글자 ‘K’와 장녀의 합성어다. 한국의 가부장제를 견디며 살아온 맏딸을 지칭하는 말로 <연년세세>의 한영진을 일컫는 또 다른 말이기도 하다. 본인이 ‘K장녀’임을 밝히는 내용부터, 드라마 속 인물을 ‘K장녀’라고 지칭하는 등 ‘‘K장녀’라는 단어는 트위터를 비롯한 다른 채널을 통해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분석 단어: ‘K장녀’ 언급량 분석, 분석 기간: 2021.05.23 ~ 2022.05.22 출처: 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K장녀’, ‘K-장녀’ 와 관련된 영상들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K장녀’임을 밝히며 힘들었던 점을 이야기하는 영상도 있지만 오은영 박사를 비롯한 정신과 의사들이 ‘K장녀’에게 해 주는 조언을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분석 단어: ‘K장녀’ 유튜브 분석, 분석 기간: 2021.05.23 ~ 2022.05.22 출처: 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
분석 단어: ‘K-장녀’ 유튜브 분석, 분석 기간: 2021.05.23 ~ 2022.05.22 출처: 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

<연년세세>에서는 한영진의 희생으로 유지되어 온 한중언∙이순일의 가족은 해체될 위기에 놓여있다. 한만수는 물려 받을 땅이 있지만 뉴질랜드에서 돌아올 생각이 없고 한세진은 이순일의 살림을 물려받을 생각이 없다. 작가가 소설 속 가족을 앞으로도 쭉 대대손손 이어져갈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가족 형태가 아니라 이미 해체되고 있는 가족 형태로 보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불어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게 모성을, 가사노동을 엄마에게, 어린 여성들에게 외주를 주는 형태로 유지되어 왔다는 얘기도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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